교환학생 일기/교환일상

[교환일기 Day+37] 해가 지지 않는 도시

루두두 2018. 10. 26. 23:13


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목요일 역시 아침 일정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버스 사진으로 포스트가 시작했겠으나, 무슨 연유인지 찍히지 않아서 오늘은 생략!



어제보다 더 흐려졌네요.


갈수록 흐려지면서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오전 강의는 계산이론이었는데, 교수님이 잠깐 전화받으러 자리 비운 사이 고등학교 교실처럼 온 교실이 시끄러워진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계 어디나 비슷하군요.


수업이 끝난 후에는 도서관에서 포스트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침 한국 친구가 태국 요리를 먹는 사진을 보내와서 저도 점심으로 태국 요리를 먹기로 강하게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니 11시 정도 되었으나, 식당 여는 시간을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우선 포스트를 완성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태국 식당의 입구 사진을 몇번 찍었는데, 너무 초점이 나가서 영업시간이 찍히지 않았던 것이죠.


포스트를 1시간 내로 후다닥 완성한 후 1시 수업에 늦지 않게 서둘러 떠났습니다.



버스가 기다리면 좋았을텐데 없어서, 거리도 가까우니 걸어가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걸어갑니다.



식당 사진을 다시 찍었고, 이제야 영업시간이 제대로 찍혔습니다.


알고보니 수업 끝나자마자 왔어도 되는 시간이었죠.


어서 먹고 가고 싶었는데, 제가 입장하기 전에 태국 학생 4명이 줄을 서서 각자 메뉴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12시 가까이 된 시간이었기에 좌절스러웠습니다.


4명 식사가 다 나오고 나서 내 식사가 나오면 1시 수업을 늦을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4명 중 그 누구도 저보다 음식을 먼저 받지 않은 것이죠.


제 볶음밥과 똠얌이 먼저 나온 것이죠.


똠얌은 양이 적고 비싸서 가성비가 좋지는 않지만 오늘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주문했습니다.


유쾌하신 사장님의 배려인지, 단순히 먼저 조리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밥 먹으며 예습 강의도 보고 여유롭게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맛 역시 최고.



수업을 듣는 강의실입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죠.


버스 정류장 근처인데다가 강렬한 태국음식을 입가심하려면?



정류장 카페에서 홍차를 한잔 사서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


에너지 드링크보다는 조금 더 건강한 음료라 굳게 믿으며 열심히 마시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숙제를 끝내서 출력하고 제출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러나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도서관에 가기 전, 방에서 목도리를 챙겨오기로 합니다.


그러다가 저녁이 넘어서야 방에서 나오게 되었죠.


방은 역시 잘 가면 안 되겠습니다.


음악 분석에 시간을 많이 썼는데, 오늘의 토픽은 12음 기법이었습니다.


쇤베르크의 피아노 모음곡과 베베른의 피아노 변주곡 악보를 열고 정말로 12음이, 즉 음렬이 정해진 순서와 규칙대로 배열되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 취향 상으로는 쇤베르크 곡보다는 베베른의 곡이 더 좋았습니다.


음렬에 대해 분석을 한 번 해보면 12음 기법 음악도 귀로서 들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진입 장볍이 심하게 높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현대음악과 분투 끝에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였습니다.


태국 식당에서 볶음밥을 곱배기로 줬기에 저녁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죠.


슬라이스 치즈를 어서 소진하기 위해 하나 꺼내 먹었습니다.



버스가 올 것 같지 않아서 캠퍼스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켰습니다.


남은 두 문제를 차근 차근 풀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념을 묻는 서술형 문제였기에 영작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미 거의 다 푼 문제였기에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출력할 장소를 물색하기 전에 스테이플러가 있는지 찾으러 다녔습니다.


1층에 프린트와 복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 적힌 팻말이 보여 들어가봤습니다.



인쇄용 컴퓨터와 인쇄기, 펀치와 스테이플러가 있었습니다.


심도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 놓고 인쇄하기로 했죠.



그런데 또다른 팻말로는 다른 곳에 가서 인쇄하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화살표를 따라가니 훨씬 더 많은 PC가 비치된 방이 있었습니다.


간편하게 출력했죠.



스테이플러와 펀치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왔습니다.


빨간 색 작은 스테이플러를 쓰려고 보니 내부에 심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심을 쓰려고 보니 다들 40장 이상 대형 종이를 묶는 심이라 크기가 맞지 않았습니다.


도서관 프런트에도 스테이플러가 없으니 클립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클립은 너무나 약하기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다니는 대형 심으로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굽히는, 수동 스테이플을 한 뒤 클립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숙제를 제출하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출 건물이 이전에 몇번 가본 전자공학 및 컴퓨터 과학 학부 사무실이 있는 건물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 어지간하면 잠긴 건물이 열리지 않는 그 건물이 열려있을 것이라고 반쯤 확신하고 제출하러 갔죠.



그 이유가 바로 위 사진에 있습니다.


대학원 연구실들이 가득한 건물이기 때문에 밤에 학생 출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죠.


11시가 넘은 늦게까지도 불은 켜져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어디에 제출하라는 것인지 감도 못 잡고 복도를 빙빙 돌았죠.


연구실 학생 사무실에 내라고 하는데 그게 어딘가 싶었습니다.


또 학생 사무실이면 사람들 퇴근 시간인데 어떻게 내는가 싶었죠.



그러던 차에 정말로 숙제 제출 박스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셔터 너머 보이는 것이 업무 접수 테이블인데요,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죠.


각종 과목들이 다 여기에 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첫장에 과목명과 제 이름을 적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출하고 나오는 길에 금융과 건물로 가는 것으로 보이는 문을 발견했습니다.


금융과 문이 왜 저렇게 작을까요?



문이 작아서 규모도 작겠거니 생각하는 순간 상가의 2층과 그 위가 모두 금융 건물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금융은 투명한 과 취급 당하지 않았습니다!



걸어서 기숙사까지 돌아가는 길에 불을 환히 밝힌 도미노 피자를 발견했습니다.


밤에도 영업하는 몇 안되는 식당인 듯 합니다.



도미노 피자를 제외한 밤의 거리는 영업시간이 끝나서 문을 닫은 상점으로 가득합니다.



한번 현금 인출을 도전하고 싶어서 Sainsbury's Local 슈퍼마켓 앞에 있는 현금인출기를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Cash and Balance를 계속 도전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떠서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죠.



Tesco 슈퍼마켓 앞에도 하나 있기에 재도전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안 것인데, 잔고 조회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은행 카드라서 그렇겠다 싶었죠.


대신 잔고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거의 항상 잔액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되었습니다.


바쁜 하루를 끝내고 방에 돌아와서 Coldplay 가사를 해석한 다음에 잠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