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으로 나만의 Reverb 만들기 - 1주차
왜 새로운 프로젝트인가
올해 들어서야 컴퓨터 과학을 입문한지 10년, 직업적으로 프로그래머가 된지는 3년 정도라는 아주 꼬꼬마 같은 경력을 갖게 되었다. 최근 코딩 AI의 발전 현황을 보고, 또 직접 체험하면서 이 진로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연차이다.
한창 실력을 길러야할 연차에, 이미 내 실력에 비등하고 속도적으로는 압도적인 AI가 등장하면서 두 가지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이직 시의 나의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떨어질거라는 공포이다. AI의 가성비가 좋아질수록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엔지니어들의 가치는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듯 하다. 수명을 좀 더 연장하려면 AI보다 실력이 있는 개발자로 거듭나야할텐데 바로 여기에서 두번째 문제가 숨어있다. 직접 코드를 짜는 대신 AI에 의존하면서 실력의 근간이 되는 '경험'을 수박 겉핥기로만 쌓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실존적인 위협에 겹쳐 개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얹혀지자니 나의 마음이 심히 불안하였다. 굳이 여가시간을 내서까지 개발 공부나 연습을 하고 싶지 않은 문제이다. 이런 문제 앞에서 배가 부른 발상이고, 절박하지도 않아하는 스스로를 질책하면서도 별 손을 쓸 수가 없다. 구속력도 없고 열정이 생기지 않는데 누가 공부를 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나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가 나를 격려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보다가 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왜 Reverb 만들기인가
음악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것은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 많은 음악 관련 프로젝트, 예컨대 자동 작곡이나 작곡 조력 AI 같이 스케일 크고 매력적인 그런 다른 프로젝트들도 아니고 Reverb만들기를 골랐는가? 일단 사운드 이펙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Reverb이다. Reverb는 단순히 소리의 공간감만을 조절하는 '음향적' 장치가 아닌, 섬세하게 사용할 경우 감정을 표현하는데까지 쓸 수 있는 중요한 '음악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Reverb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었다. 특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Reverb는 어떨까 너무 궁금했었다. 이는 노브 조절로는 만들 수 없고 처음부터 설계가 그렇게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작곡 보조 소프트웨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왜 바이브 코딩인가
코딩 AI의 발전을 통해 직업으로서의 개발자에게는 위기지만, 반대로 취미로서의 개발자에게는 큰 기회가 찾아왔다. 10년동안 생각만했던 Reverb 만들기 같은 프로젝트도 어떻게 접근할지 조사부터 구현 계획, 그리고 테스팅 등의 디테일까지 AI와 함께면, 또 나의 연차 정도의 경험이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지난 한 주동안은 어떤 것을 알아야하는지 아주 하이레벨의 플래닝만 진행되었지만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인 코드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