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문

일간 루두두 - 2022년 9월 20일 (화)

루두두 2022. 9. 21. 08:51

아이유 - 조각집

아이유의 긴 작품, 즉 개별 곡이 아닌 EP나 LP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조각집이다. 아이유 곡들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서정적인 자작곡들이 모여있다.

아이유의 노래들은 대부분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비대한 크레셴도 빌드업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적이지만 직설적이거나 개인적이지는 않은 가사다. 종종 서정적인 곡에서조차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곡들은 진솔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던 때가 참 많았다. 조각집은 이 단점을 피해간 예외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이유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고, 서정적이고 감정적으로 매우 솔직한 노래들만으로 차있다. 밤편지 같이.

 

아이유 - 꽃갈피 1, 2

조각집이 나오기 전에는 아이유의 가장 서정적인 시도는 꽃갈피 2부작이었다. 꽃갈피 1이 나오기 전 분홍신으로 활동하던 때였던 것을 고려하면, 미리 세팅된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들고옴으로써 감정적으로 진솔한 노래를 많이 부르지 못했다는 점을 커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옛날 이야기', '꿍따리 샤바라', '너의 의미', '가을 아침' 등 매우 좋은 곡들이 많으나 아쉬운 곡들도 많아서 조각집에게 최고의 타이틀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근본적으로 두 프로젝트는 동일하며, 둘 중에는 1이 개성적인 노래가 더 많지만 음반 전체의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강하고, 2는 흐름이 부드럽고 거슬리는 노래가 적으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살짝 더 적다.

 

아이유 - Love Poem

내친 김에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유 EP인 Love Poem을 재방문하였다. (줄임말은 LP이나 EP 사이즈이다.)

Blueming이나 unlucky처럼 좋은 노래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꽃갈피 1이 오프닝 직후 '꽃'에서 모멘텀이 꺾이는 것과 유사하게 '그 사람'에서 맥이 빠져버린다. 조영수 작곡가의 '시간의 바깥'은 웅장한 효과가 과해 이제 코믹하게 들릴 정도이다. 서정적이고 조용한 '자장가'에서 끝나는 대신 더 극적인 'Love poem'을 코다로 선택한 것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극적인 음악에 진심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드보르작 교향곡 5번 (Neeme Jaarvi/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Chandos)

목가적인 1악장 오프닝부터 개성적인 명작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그의 후기 교향곡들에 비해 유명하지 않다. 너무 마음에 들고 음악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느린 2악장에서 스케르초로 연결되는 부분이 인상이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