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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음반 감상문 포스트를 쓰려고 합니다.
며칠 전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반을 연대기 순으로 감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재미있는 곡을 몇 곡 찾았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밴드의 변천사도 관찰하게 되었죠.
그 과정에 들은 음반들을 순서대로 간단한 감상문 포스트를 올리고자 합니다.
첫 포스트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음반, '별일 없이 산다'입니다.
우선 전 장기하의 삶과 음악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 않습니다.
즉 이 글에 실린 가사 해석이나, 곡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주세요.
그다음으로 제가 The Beatles를 포함한 과거 영미권 록밴드 음악에 대해서는 꽤 아는 편이지만, 산울림과 신중현 등 한국 록밴드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어디까지나 제 배경지식 내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 당시 장기하와 얼굴들은 데뷔와 동시에 '한국 록의 오래된 미래'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 들어보면 정말 '미래'였는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래된' 스타일을 이용했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레트로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그다지 신선한 전략은 아니게 보일 수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잊힌 스타일을 따라가는 작법은 음악가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장기하의 밴드가 옛 한국 음악을 차용했다고 보는 것은 3번 트랙부터 7번까지의 단조 트랙들입니다. (4번만 장조입니다.)
한국 음악, 특히 트로트 음악 등에서 단조 진행이 굉장히 쓰이곤 했죠.
여기에다 장기하의 말하는 듯한 창법과, 일부러 옛날 구어체 ('나를 받아주오') 같은 요소들이 옛 한국 대중음악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 3번에서 7번까지 가사의 소재 역시 조금 예스러운 사랑 노래들이죠.
그렇지만 제게 이 곡들은 다소 지루한데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닌 곡의 잦은 반복의 문제 때문입니다.
음악적 요소가 단순한 이런 곡들은 가사가 깊이가 어느 정도 깊지 않은 이상 흥미도가 좀 떨어지기 마련이죠.
James Brown의 Funk를 따라 하려 한 록 밴드를 따라하려한 듯한 '그 남자 왜'라던가 봉고 어쿠스틱 팝인 '느리게 걷자' 등도 비슷한 이유로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 뛰어난 노래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입니다.
가사적으로는 모호하며, 후렴은 캐치하고, 음악적으로 리드미컬한 이 곡은 장기하의 첫 명작입니다.
('싸구려 커피'도 인기가 많았고 더 오래된 곡이지만 이 곡이 좀 더 야심 찹니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서와 같은 환상 같은 이야기는 이후 장기하 곡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싱코페이션 리듬으로 추진하는 '아무것도 없잖어'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사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유머를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역시 이후에는 이런 생뚱맞은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런 점에서 '별일 없이 산다'의 특징적인 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절에서 선지자가 등장할 때 천사들의 합창 같은 소리가 잠깐 등장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주목할 곡을 두 가지 더 소개하고 포스트를 마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곡은 첫 곡인 '나와'입니다.
'나와'에서는 조금 독특하게도 Rubber Soul 시절의 The Beatles에 대한 오마주가 들어가 있습니다.
장기하의 노래에서 배킹 보컬이 '랄랄라'하는 소리가 들릴 것인데, 이는 어떻게 들어도 The Beatles의 노래들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사실 작가들이 많이 주목하진 않았지만, 그는 The Beatles를 산울림만큼이나 사랑하였습니다.
이후 음반에도 The Beatles에게 오마주를 하는 곡이 꼭 들어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바로 마지막 곡인 '별일 없이 산다'입니다.
'아무것도 없잖어'처럼 허무함을 통한 웃음을 유발하는 이 노래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음악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르간 솔로입니다.
당대에는 미처 알 수 없었겠지만, 오르간과 건반은 이후 장기하와 얼굴들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며 음악적으로 더 흥미로워지는 데에 일조하게 됩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이 음반은 '오래된 미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해본 데뷔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이 밴드는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하기 위해 오래된 미래를 발전시켰을까요,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았을까요?
이는 다음 후속작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한 포스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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