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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지난주 '1001 클래식 감상기 0번' 포스트를 통해 제가 진행 중인 감상 프로젝트에 대해 잠깐 설명하였죠.

 

오늘은 그중 첫 100곡에 대한 저의 느낀 점들을 쓰려고 합니다.

 

감상 범위

 

작곡 연도 : 1887년부터 1894년까지 (홀수), 1894년부터 1904년까지 (짝수)

 

수록곡 :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음' - 존 스테이너 ~ '클라리넷 소나타 1,2' - 요하네스 브람스 (홀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 말러 (짝수)

 

새 음악의 도래

앞으로는 과거로 진행하는 홀수번째 음악과 미래로 나아가는 짝수번째 음악이 완전히 갈라서겠지만,

 

이 책의 정중앙에서 시작되는 이 두 흐름이 감상기 1번에서는 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홀수번째 음악과 짝수번째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논의로 합칠 수 있죠.

 

(순서에 대한 논의는 지난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브람스, 드보르작, 차이코프스키

책에 수록된 곡들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서 앞과 뒤로 나누면, 두 부분이 하나의 음악가를 기준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브람스가 퇴장하기 전까지의 음악이며, 뒷부분은 브람스가 퇴장한 이후의 음악이죠.

 

브람스는 클래식 음악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낭만주의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브람스와 그의 라이벌 바그너(브람스보다 먼저 사망함)가 퇴장하는 순간부터 500곡이 더 배치되어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봅시다.

 

그들의 퇴장 이후로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죠.

 

가볍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초기 낭만주의자 등이 모두 책의 앞쪽 절반에 속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습니다.

 

한편 브람스만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지점 부근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많은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도 퇴장하게 됩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이나 드보르작 교향곡 9번 등과 같이 원숙기의 히트작들이 다수 포함되었긴 하지만요. 

 

 

이들이 퇴장하는 그 자리에는 새로운 음악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말러,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이 시기에 전성기를 가진 작곡가 중 구스타프 말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말러는 음악관이 상당히 확고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단순한 유희 거리가 아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할 활동이었습니다.

 

그가 잘 나가는 지휘자가 되고 나서 음악 공연장에서 정숙하게 감상하는 에티켓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죠.

 

그의 음악관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일화가 있습니다.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교향곡에 대해 대화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죠.

 

"교향곡은 마치 세상과 같아야 한다. 그 속에 만물을 아울러야 한다."

 

 

이 세상을 닮으려고 한 그의 교향곡은 규모부터 당대의 음악과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인 교향곡이 40분 정도 연주된다면, 말러의 교향곡은 1시간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교향곡 3번은 90분 정도 연주되죠.

 

곡이 요구하는 연주자의 수도 상당히 많은데요, 다양한 악기와 성악 독창자와 합창단을 요구하는 곡도 많죠.

 

특히 교향곡에 자주 성악을 배치했다는 점은 가곡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말러의 교향곡은 질적인 면에서도 독특함을 지니는데요, 매우 다양한 스타일과 감정이 한 음악 안에서 공존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의 음악에서는 슬픔에서 큰 격정으로 변하거나 웅장한 음악이 아름답고 고요하게 변합니다.

 

어린아이 같았다가 고뇌하는 어른으로 변하고, 반대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점으로 인하여 말러의 교향곡은 짧게 묘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음악에 작곡가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가득 채워 넣어야 한다는 낭만주의 음악 사상이 말러의 음악에서 온전히 보이는 만큼, 무시하고 지나쳐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말러가 언급되면서 같이 언급된 시벨리우스와 말러의 친구 슈트라우스를 함께 언급하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젊을 때는 교향시들로, 중년기 이후에는 여러 오페라들로 인기를 얻었는데 여기에서는 교향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향시란 노골적인 표제가 있는 교향악 음악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은 파렴치한 바람둥이 돈 후안의 일생 여정과 비극적인 결말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죽음과 변용'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 겪는 정신적 동요와 죽음과 함께 찾아온 평화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음악이죠.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는 이런 외부적인 서사를 따르는 방식으로 곡이 진행되지만, 구체적인 줄거리를 잘 몰라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영웅의 생애'나 '가정 교향곡'처럼 너무 개인적인 음악들은 아직 완전 이해하지 못했지만,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재미있게 들은 이후로 그의 교향시를 꽤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슈트라우스의 가장 유명한 교향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바로 이 첫 곡이 아주 유명하죠.

 

 

핀란드의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 역시 교향시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시벨리우스의 경우 소리의 울림을 중시하는 작법들을 많이 쓴 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북유럽 신화에서 플롯을 많이 따왔다고 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경우 점점 교향시에서 멀어지고 특유의 관현악법을 가지고 추상적인 교향곡으로 옮겨간다고 하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유럽 신화 교향시에 제가 크게 공감을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이들 모두가 후기 낭만주의의 거대함과 묘사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리스모 오페라

이제 오페라로 한번 눈을 돌려봅시다.

 

현재 바그너는 이미 사망했고, 슈트라우스는 아직 중요한 오페라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오페라는 잠깐 진공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베르디가 말년에 오페라를 두 편 더 쓰고 세상을 떠났고,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들이 그 뒷자리를 이어갔습니다.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푸치니

이때 유행한 스타일이 바로 베리스모입니다.

 

이전에 오페라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인 소재로 만든 오페라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스카니의 히트작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부터 인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한 시골 마을에서 불륜을 저지른 여인의 남편과, 불륜 상대였던 여인의 전 남자 친구가 대결하게 되기까지의 일요일 낮을 배경으로 한 짧은 서사를 다룹니다.

 

레온카발로의 히트작 '팔리아치'는 한 연극단의 광대가 질투와 분노에 눈이 멀어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부인과 불륜 상대를 살해하기까지의 짧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꼭 이런 치정극만이 베리스모는 아닌데요, 푸치니의 '토스카'는 정치적 배경을 살짝 담고 있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르'는 프랑스 혁명기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소재로 따왔습니다.

 

이탈리아 밖에서도 구스타프 샤르팡티에나 달베르트와 같이 프랑스, 독일 작곡가들도 이런 유행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가곡과 휴고 볼프

이 많은 곡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본래 대중음악을 선호했기 때문인지, 여러 스타일 중에서도 가곡에 대한 기호가 빠르게 생겼습니다.

 

독일 가곡은 리트, 프랑스 가곡은 멜로디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가곡은 항상 가사와 가사의 영어 번역본을 보며 감상합니다.

휴고 볼프

현재까지 들은 가곡 모음 중에서 가장 제게 큰 감동을 준 것은 휴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입니다.

 

짧고 가벼운,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사랑 시 46곡에다가 노래를 붙인 이 모음집은 가사와 음악이 혼연일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습니다.

 

예를 들면 2번 곡인 '당신이 멀리 간다고 들었어요'라는 애절한 이별 노래는 베이스 선율과 목소리 선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서로 멀어지는데요,

 

이는 화자와 청자 간의 거리가 계속해서 멀어지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죠.

 

이런 곡 46곡을 들으니 Magnetic Fields라는 밴드의 '69 Love Songs'라는 음반이 생각이 났습니다.

 

비록 그 음반의 곡은 20개 정도밖에 못 들었지만, 사랑 노래를 테마로 마치 가곡집처럼 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볼프 이야기로 돌아가면, 볼프는 시에 알맞게 적절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쓸 줄 알았습니다.

 

피아노와 목소리만 활용함에도 정말 다양한 정서를 표현하는 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볼프의 가곡을 제외하면 재미있게 들은 가곡들로 영국 가곡들이 있습니다.

 

로저 퀼터나 존 아일랜드 같은 영국 작곡가들의 가곡이 소개되었었는데요, 클래식 음악스러운 선율을 가진 독일이나 프랑스 가곡과 다르게 민속적인 선율을 써서 훨씬 캐치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국이 The Beatles 이래로 대중음악을 주도하게 된 것 역시 이런 대중적 멜로디를 가진 가곡 덕이었을까요?

 

아, 그리고 엘가의 '바다 풍경' 역시 좋은 영국 가곡이었습니다.

 

 

다가올 미래

모든 중요한 작곡가들을 언급하면 좋았겠지만, 순서 상 전성기가 오지 않은 작곡가들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드뷔시, 라벨, 스크리아빈

소개를 못해서 가장 아쉬운 작곡가는 역시 드뷔시입니다.

 

드뷔시는 아주 개성이 넘치는 작곡가이자, 이후 다가올 현대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작곡가였죠.

 

드뷔시의 대표작들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같은 큼직한 곡들이 100번까지의 목록에 포함되어있었으나, 그가 좀 더 심오한 개성을 가지게 될 이후를 기다리며 한 차례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드뷔시의 후배인 라벨도 마찬가지죠.

 

라벨은 히트곡들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드뷔시보다 무리 없이 이후로 넘겨도 좋을 듯합니다.

 

앞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작곡가 스크리아빈의 모든 전주곡과 소나타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10년 뒤의 음악을 미리 슬쩍 엿본 셈인데요,

 

쇼팽 같은 초기 음악에서 환각제를 섭취한 쇼팽인 마냥 불가해해진 후기 음악까지의 변화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무조음악과 12음 기법으로 악명을 얻게 될 쇤베르크의 초기작들이 등장했습니다.

 

'정화된 밤'이야 워낙 유명하여 이미 알고 있었으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거대하고 야심 찬 곡 구조를 접하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작곡을 거의 독학한 사람이라기엔 정말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죠.

 

또한 말러와 슈트라우스 스타일의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을 가졌던 시절 쇤베르크에 대해서 알게 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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