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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리버풀을 여행한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마지막 부분을 다룰 예정이니 앞부분의 이야기는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마지막 코스인 상품 구매가 끝난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예약한 기차를 타고 오늘 내로 학교로 돌아가서 푹 쉬고 앞으로의 일정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식당에서 밥을 먹을 시간이 없고, 기차를 타면 4시간 동안 가야했기 때문에 지나가다 보인 서브웨이에서 급히 샌드위치 하나 포장했습니다.
제가 중국인인줄 알았는지 계산대 직원이 중국어로 계속 말 걸었습니다.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꽂으니 씨에씨에라고 해서 웃었더니 나갈 때는 짜이찌엔이라고도 해줬지요.
굉장히 기분 좋아보이기에 저도 짜이찌엔하며 나왔습니다.
포장지 속에 음식을 넣고 신나게 돌아가는 중이죠.
비는 거의 오지 않지만, 바람은 매우 거세게 불었습니다.
앞으로 또 온다면 맑은 날에 와야겠습니다.
가는 길은 쭉 직진이라 편안했습니다.
한 공원에서 크리스마스 맞이 조명이 화려히 빛나는 것이 보입니다.
공원에서 방향을 꺾으면 온실처럼 생긴 리버풀 역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인 리버풀 극장 앞을 지나갑니다.
The Beatles 팬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 장소라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죠.
역에 도착하니 당황스러운 일 투성이였습니다.
제 기차가 언제 출발하는가 보니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차 일정 자체가 취소되었다는 점이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은 날 다른 시간 기차를 탈 수 있는 표라 다른 기차를 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기차는 중간에 갈아타는 구간이 있고, 리버풀에서 그 다음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생각할 것도 없이 갈아타는 시간을 놓치고 맙니다.
그것을 놓치면 1시 반이 넘어서야 사우스햄프턴에 도착하는 기차들을 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또다시 걸어서 학교로 돌아가는 악몽같은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습니다.
마침 기차 예약 앱을 통해 찾아보니 원래 타기로 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출발하는 차를 타면 무사히 갈아탈 수 있는 것으로 표시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게 되었죠.
처음에는 제가 가진 표로 이 차를 탈 수 있는게 맞나 걱정했지만, 한참을 규정을 보고 나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늦기 전에 탑승해서 앉았습니다.
앉아서 하루 종일 햄버거 하나를 먹은 허기를 달랬죠.
그런데 가는 코스가 어떻게 되나 보니 또 한번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 탄 기차로 빨리 도착하려면 중간에 갈아타는데 바로 그 갈아타는 기차가 원래 타기로 한, 다시 말해서 취소된 기차였던 것이죠.
왜 취소된 기차를 포함한 여정을 앱으로 표시했는지 약간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일은 가장 가까운 역에서 사우스햄프턴까지의 여정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검색하니 늦지 않을 유일한 경로가 다음 역에 내린 뒤 다른 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타는 일이었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죠.
새로운 경로를 발견했으나 표를 구매하고, 그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 거리를 빠르게 주파했죠.
조금 더 걸어가니 도시의 외곽 모습이 나타나는데, 저기 멀리 보이는 밝은 불빛이 바로 역입니다.
워링턴의 한 역의 모습입니다.
앱을 보니 기차가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을 것이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10분 정도 걸었다고 기차를 놓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늦는 것이 도를 넘어가고 있었죠.
처음에는 5분 늦는다고 했는데, 점점 길어지더니 9분이나 더 늦어서야 기차가 왔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기차 역시 바로 가는 기차가 아니라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야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환승시간은 정시에 움직여도 7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차를 탑승했습니다.
불안불안했지만, 자동으로 계산된 다음 역 도착 예정 시간은 겨우 4분만 연착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 정도 속도로 가속한다면 최소 2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환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남은 40분 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일정표를 새로고침했습니다.
결국 다시 뒷통수를 맞고 말았죠.
바람처럼 기차를 가속하길 바라는 제 마음은 무시한 채, 도착하기 한참 전에 감속해서 그 다음 역에 도달하니 7분이나 늦어져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한 정거장 남았고, 갈아탈 기차는 정확히 정시에 운행되고 있었죠.
예정 시간은 조금 당겨져서 2분에서 1분 정도의 여유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차는 다시 달렸죠.
전 내리는 시간도 아까울 것 같아서 문 앞에 서서 언제 멈추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달리던 기차,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스릴러.
어느덧 다음 역에 도달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죠.
기적적으로 시간이 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기차가 급감속을 합니다.
그리고 안내 방송이 나왔죠.
이번 역에서 제가 탈 기차로 갈아탈 사람들은 놓쳐서 못 타기 때문에 그 다음다음 역인 버밍엄에서 갈아타라는 알림이었죠.
저랑 같이 이번에 내릴 준비하던 다른 분이 그 이야기를 듣고 객실로 돌아가시기에 저도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정말 느린 속도로 역에 진입했죠.
이 때 이미 10분이나 늦어졌습니다.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놓친 기차는 다음 정거장이 버밍엄인데, 10분 늦은 이 기차는 한 정거장이 더 남았다는 사실 때문이죠.
심지어 정시 기준으로 세면 갈아탈 기차보다 6분이나 늦게 버밍엄에 도착하는데 어떻게 기다리면 탈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버밍엄에서 환승을 놓친 승객들을 위해 조금 기다려주는 것인가 싶었죠.
그 다음역은 딜레이를 3분 가까이로 획기적으로 줄이고 기차가 열심히 달렸습니다.
버밍엄에 도착할 때 기사가 이야기했죠.
그 기차는 못 탄다고.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이죠.
놓칠 경우를 대비해서 온갖 기차 시간표를 찾아본 저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환승을 실패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철도 회사도 서로 달라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 뻔했죠.
아주 답답했습니다.
버밍엄에서 내리자마자 후다닥 달려서 갈아탈 기차가 오기로 했던 플랫폼으로 달려갔으나, 앱에서 보인 대로 이미 떠난지 3분이나 지나있었습니다.
기차는 가고, 기사는 사과하고 끝이었죠.
10분이나 늦은 것을 당연시하는 이곳 철도 문화에 화가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완벽한 귀가 계획을 방해한 것은 뜬끔없이 취소된 기차 때문이죠.
이제 정말 해결법이 없다고 생각한 저는 버밍엄에서 하루를 자고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온갖 비싼 호텔들만 검색되었는데, 가까운 거리에 싼 호스텔이 하나 보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예약을 하느라 가만히 서있었는데 누가 왔습니다.
노숙인으로 보이는 분이 밥을 먹을 수 있게 1파운드만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흔히 이럴 때 카드밖에 없다고 하면 그냥 가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했죠.
그러자 카드로 밥을 사줄 수 없겠냐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냥 가실 분이 아니시겠구나 해서 1파운드면 되냐고 여쭤보니 1.5파운드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선한 마음을 먹자고 생각해서 동전 지갑에서 2파운드를 꺼내 그분에게 건넸습니다.
그분이 감사하다고 인사하신 뒤 사라지셨죠.
이후 호스텔 예약을 완료하는데 그 분이 다시 오시는 겁니다.
비닐봉투를 하나 쥔 채로 말이죠.
저보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 다음에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저 역시 숙소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은 원래 표를 활성화해서 환불 불가 상태로 만들어야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카트를 끄는 역 직원 분이 출구를 통과하기 위해서 개찰구를 열림 상태로 바꿔두셨던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통과해 나와서 새로 산 표는 환불했죠.
남은 것은 버밍엄의 밤 거리를 의도치 않게 구경하는 것입니다.
역 앞이 시가지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술집도 많이 열려있었죠.
역 근처에 성당이 하나 있는데, 성당이 있는 공원에서 페스티벌이 열렸는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그 자체로 조금 멋있어보였습니다.
공원을 건너면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저는 길을 하나 더 건너 가야했죠.
길을 건너면 약간의 취객들만 있는 스산한 거리가 있습니다.
주로 호텔이나 술집만 영업 중인 곳이죠.
몇 블럭만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것입니다.
그 길의 끝에는 횡단보도가 없는 순수 차도가 보입니다.
저는 건너편으로 가야했죠.
횡단보도가 없기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짧은 지하도 밖에 없습니다.
이제 호텔이나 술집, 행인도 거의 없는 도시 외곽에 오게 되었죠.
저 멀리 높은 방송탑이 보이는 곳은 차도 많고 건물도 많습니다.
그러나 호스텔까지 가는 길은 조용하고 차도 없는, 마치 영화 속 범죄 도시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서늘하죠.
그렇게 몇 분 걸어서 호스텔을 발견했을 때 겨우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텔 분위기는 밝고 따스해 보였습니다.
체크인을 위한 로비입니다.
24시간 올 수 있는 휴게소가 있고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습니다.
한 커플의 체크인을 직원이 돕는데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10분이나 기다려야 했죠.
앱으로 예약했다고 하니 여권을 요구했습니다.
여권은 웹에서 볼 때 조건에 없었는데?
혹시 모를 사건을 대비해서 여권을 챙겨 나와서 무사히 체크인할 수는 있었지만 직원의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언어는 공손한데, 친절하다는 인상은 별로 받지 못했죠.
피곤하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돌아올 예정이니 바로 방을 찾아갔습니다.
계단을 올라 문을 몇개 지나면 제가 머물 방이 있는 복도가 나옵니다.
각 방 침대 번호가 매겨져있고, 저 역시 한 침대를 배정받았습니다.
마음속으로 아무도 없는 방이길 원했지만 이미 양쪽 1층 침대를 쓰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죠.
방은 조용한 옵션 방이었습니다.
어차피 잠만 자다 갈 곳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사물함이 있었는데, 보안 기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처음에 제 가방을 저기 넣어두었다가 이미 방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사물함을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저 역시 짐을 빼서 침대에 옮겼습니다.
하루 종일 체험하고 온 The Beatles 멤버들의 솔로 음반들을 들으며 쉬다가 12시가 조금 넘어서 잠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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