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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오늘은 The Beach Boys의 1966년 작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여겨지는 Pet Sounds를 감상해보겠습니다.


음반 전곡


Pet Sounds (사진 출처)


Pet Sounds와 같이 오묘함과 심오함을 지닌 작품을 감상문으로 쓰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런 음반은 만약 감상문을 작곡 기술의 면에 집중해서 써도 포스트가 3개나 4개, 그 이상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음반의 주 작곡자 Brian Wilson이 어떻게 전조를 하는지, 어떻게 화성 진행을 활용하는지, 노래의 구조를 어떻게 새롭게 하였는지 등의 주제로 수록곡 13곡 모두를 분석한다면 글들이 얼마나 길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만 적어도 이전 문장이 저렇게 길어졌군요.


그렇다고 음악적인 요소를 이전의 포스트들처럼 한개씩만 다룬다면 세심하게 완성된 이 13곡의 흥미로운 점을 반만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종합적인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The Beach Boys는 1960년대에 가장 뚜렷하게 활동한 미국의 밴드입니다.


1960년대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의 한 밴드가 팝 음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던 시기였습니다.


그 영국 밴드는 The Beatles라고 불렸죠.


The Beatles가 젊은 사람들의 음악이자 아마추어리즘의 음악인 록 음악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색칠하는 것을 본 The Beach Boys의 주 작곡가 Brian Wilson은 큰 야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영감으로 빛나는 음반을 제작했는데, 예상했겠지만 Pet Sounds가 바로 그 음반입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The Beach Boys 스타일과 많이 다른 음악이었기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현재는 평가가 매우 좋아져 팝 청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음반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 음반들 중 최고의 반열에 올려두기도 합니다.



음악적으로 Pet Sounds의 노래들은 당시 많은 팝 음악들처럼 캐치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Wouldn't It Be Nice'나 'God Only Knows' 등의 노래들은 현재에도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또한 The Beach Boys 음악 특징 중 하나인 보컬 화음도 두드러집니다.


이 화음은 현대 팝 음악에는 잘 쓰이는 방식이 아니라 어쩌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듣는다면 더욱 많은 보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음반 노래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악기들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다른 팝 음악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음악 용어로 하자면 팝 음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오케스트레이션, 혹은 편곡이 담겨있다는 뜻이죠.



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팀파니 강한 타격으로 노래가 시작합니다.


이어 플룻, 오르간, 베이스 기타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목소리와 현악기, 기타의 입장.


사람의 목소리, 드럼, 베이스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라는 밴드 악기가 모두 쓰이지만 다채로운 악기들을 가득 채워 전형적인 록 음악의 소리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색소폰이 많이 쓰인 이 연주곡 역시 그런 섬세한 음색의 결정체입니다.


이 음반에 쓰인 특이한 악기로 이 외에도 자전거 종, 코카콜라 캔, 전자악기 테레민, 피아노 현 뜯는 소리, 하프시코드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악기로 팝 음악을 쓰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바로 완성도 높은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노래를 만들고, 디테일을 잘 세공할 수 있어야 뛰어난 노래가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노래들의 가사를 인용해서 노래들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니다.



'Wouldn't It Be Nice'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 가사는 이전에 포스트로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Wouldn't It Be Nice 가사 해석 바로가기)


노래의 독특한 구조를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Wouldn't It Be Nice"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1절과 2절이 끝나고 나서 노래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이 느껴지나요?



"Maybe if we think and wish and hope and pray it might come true


만약 진짜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한다면


...(후략)"



이 중간 부분이 끝나고 나면 간주가 나오면 우리는 3절이 나올 것이라 예상을 하게 됩니다.


다시 소리가 커져서 분위기를 고조가 되기를 기대하게 되죠.


그러나 노래는 오히려 느려지고 드럼마저 침묵을 지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절의 후반부와 유사한 멜로디가 나오죠.



"You know it seems the more we talk about it


우리가 계속 상상할 수록


It only makes it worse to live without it


상상 같지 않은 현실이 나빠지기만 하는 걸


But let's talk about it


그래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이는 1절 같은 멜로디의 다음 가사와 완벽하게 대비가 됩니다.



"You know it's gonna make it that much better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을 텐데, 그렇지?


When we can say goodnight and stay together


서로 인사하고 함께 잠든다면 말이야"



매정하기만한 현실을 인식하고 나서야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노래는 끝이 나고 조금씩 페이드 아웃되며 조용해집니다.


Pet Sounds의 곡들은 이런 식으로 구조를 살짝 비튼 노래가 많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짧은 간주가 나오거나 노래의 가장 마지막에 새로운 요소가 나타나기도 하죠.



'Wouldn't It Be Nice'에서 구조를 통해 가사와 정서를 표현했는 것처럼 다음 노래에서는 멜로디와 화성으로 정서를 표현했습니다.



'You Still Believe In Me'는 자신의 잘못에도 자신을 신뢰하는 연인에게 전하는 말을 담고 있습니다.


1절을 유심히 들어봅시다.



"Every time we break up


매번 우리가 이별할 때면


You bring back your love to me


넌 내게 다시 사랑을 주는 걸


And after all I've done to you


그리고 내가 한 짓들이 있는데도


How can it be


정말 어떻게


You still believe in me


너는 나를 믿어 주는걸"



여기에서 "You still believe in me"라는 가사와 멜로디를 잘 들어봅시다.


"me"라는 단어에서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느껴지나요?


'연인은 나를 믿어주지만, 나의 잘못이 있기에 나는 불안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지 않나요?


놀라운 것은 이 미묘한 감정을 오로지 음악적인 요소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모든 요소, 즉 팝 멜로디, 보컬 화음, 섬세하게 다듬어진 음색, 가사의 음악적 구현 등 모든 특징을 가진 중심 노래 'God Only Knows'를 소개합니다.



이 노래의 다른 가사에서 멜로디는 어딘가 조금 위태위태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줍니다.


음악적으로 모호한 조성때문에 그렇죠.


그러다가 멜로디가 편안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God only knows what I'd be without you


네가 없다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 신만이 알겠지"


이 가사를 부를 때에서야, 그리고 그 때에만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노래 마지막에 동일 가사로 3명이 일종의 돌림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굉장히 인상 깊은 순간입니다.



음반 각 곡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이러한 점에 유의하시며 감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는 음반 전체의 구조입니다.


음반은 "Wouldn't It Be Nice"라는 활기찬 노래로 시작합니다.


이후 얼핏 슬퍼보이는 노래가 몇 곡 나오지만 가사를 보면 오히려 희망을 노래하는 노래가 몇 곡 나옵니다.



'Don't Talk'이라는 느린 노래 가사를 봅시다.


"Being here with you feels so right


너와 함께 여기 있는 것은 너무 옳은 일 같아


We could live forever tonight


오늘 밤, 우리는 영원히 살 것만 같아


Let's not think about tomorrow


내일은 생각하지 말자


And don't talk, put your head on my shoulder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 어깨에 기대


Come close, close your eyes and be still


가까이 와서 눈을 감고 멈춰


Don't talk, take my hand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줘


And let me hear your heart beat


그리고 너의 심장 박동을 내가 들을 수 있게 해줘"



그러다가 첫 번째 연주곡 'Let's Go Away For Awhile'이 지나고 나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뀝니다.


'God Only Knows' 역시 이별에 대한 불안함이 표면 위로 올라오는 예시인데, 그 다음 노래들에서는 희망이 점점 말라갑니다.



'I Just Wasn't Made For These Times'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까지 나옵니다.



"I keep looking for a place to fit


내게 맞는 장소를 찾아 헤매고 있어


Where I can speak my mind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I've been trying hard to find the people


사람들을 찾기 위해 정말 노력해왔어


That I won't leave behind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들을"



"Sometimes I feel very sad


가끔 나는 정말 슬퍼져


(Can't find nothin' I can put my heart and soul into)


내 심장과 영혼을 둘 곳을 찾지 못했으니까


I guess I just wasn't made for these times


아마 난 지금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봐"



이 노래가 끝나고 나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연주곡 'Pet Sounds'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이 음반에서 가장 처절한 노래가 마지막을 장식하죠.



음반의 마지막 여운을 강렬하게 남기는 'Caroline, No'라는 노래입니다.



"Where did your long hair go


너의 긴 머리는 다 어디로 간거야


Where is the girl I used to know


내가 알던 그 소녀는 어딜 간거야


How could you lose that happy glow


어떻게 그 행복하던 광채를 잃어버릴 수 있어


Oh, Caroline no


캐롤라인, 어떡해


...(중략)


You break my heart


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


I want to go and cry


난 가서 울고 싶어지는걸


It's so sad to watch a sweet thing die


아름다운 것이 죽어가는 걸 보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야


Oh Caroline why


아, 캐롤라인, 어째서"



이제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Pet Sounds가 명반이라고 사람들이 칭송하지만, 역사적인 맥락이 없는 상태에서도, 다시 말해서 음악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리는 글은 많이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상자들이 이 포스트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다시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노래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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