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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두두입니다.
오늘은 2015년에 발매된 캐나다 가수 Carly Rae Jepsen의 음반 Emotion을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반 전곡
Emotion (사진 출처)
Carly Rae Jepsen의 Emotion은 제가 자주 찾는 음반입니다.
원래 아는 것이 많으면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법이죠.
하지만 느끼는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사는 것은 별로 쿨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 블로그에서 올라오는 음악 감상문 포스트들도 제가 실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의 작은 일부만을 글로써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Emotion에 대해서도 하나의 테마를 잡아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당초 이 음반 감상문의 테마로 작은 디테일, 즉 악기의 음색이나 음향 효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었습니다.
바로 이전의 포스트 'Red'와 적절한 대조를 이룬다고 생각했죠.
다시 말해서 Red의 감상문은 가장 거시적인 시선으로 '구조'를 탐구했다면 이번 Emotion의 감상문에서는 가장 미시적인 요소인 '음색'을 다루려고 했죠.
그러나 이윽고 음색을 현재의 포맷으로는 도저히 재미있게 다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음색을 다룰 때는 노래의 일부를 발췌해서 들려주는 것만큼 좋은 설명법이 없는데, 텍스트 위주인 블로그 포스트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소재가 아닌 것이죠.
대신 제게 음색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요소를 이번 감상문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이번 Emotion을 감상할 포인트는 바로 노래들의 '감정'(Emotion)입니다.
노래에 담긴 감정을 감상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감상 관점입니다.
그래도 저는 최소한의 객관성, 음악 자체와의 연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색적인 요소와 가사를 조금 참고하며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 곡씩 들어보도록 합시다.
음반을 재생하면 첫 곡으로 'Run Away With Me'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Run Away With Me'의 가사는 이전에 포스트로 작성한 적이 있죠. (Run Away With Me 가사 해석 바로가기)
색소폰 소리와 유사한 신시사이저 소리로 거대한 멜로디가 연주됩니다.
멜로디가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메아리 치듯 울려퍼지는 음향 효과, 다른 말로 Reverb와 Delay 효과로 인해 매우 큰 공간에 청자가 떨어진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은 평야보다는 웅장한 계곡에 더 가깝습니다.
평야에서는 메아리가 치지 않죠.
이렇게 넓은 공간을 .아주 잠깐 보여준 뒤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죠.
"You're stuck in my head, stuck on my heart stuck on my body, body
내 머리와 심장, 몸에서 네가 떠나지 않아.
I wanna go, get out of here
어서 여길 빠져나가고 싶어
...(중략)
I'd run away with you
너와 함께 떠나고 싶어"
가사가 나오는 그 순간 사랑 노래였음이 밝혀집니다.
그러나 사랑(Love)이라는 단어는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Cause you make me feel like
왜냐하면 너를 보면
I could be driving you all night
너를 밤새 태워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
...(중략)
I wanna be there with you
너와 함께 거기로 가고 싶어"
여기에 '나는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해'와 같이 모호한 사랑은 없습니다.
다만 '단 둘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는 구체적이고도 보편적인 감정이 뚜렷하게 그려져있죠.
그리고 그 순간 상쾌한 소리와 함께 후렴구가 시작됩니다.
"Oh baby, take me to the feeling
그 느낌으로 날 이끌어줘
I'll be your sinner, in secret
너의 비밀스런 죄인이 될게
When the lights go out
불이 꺼진 그 순간에
Run away with me
나와 함께 떠나"
그리고 우리는 노래 시작할 때 잠깐 맛 보았던 거대한 계곡으로 떠나왔습니다(Run Away).
해방감이 느껴지나요?
요한 복음서의 말을 약간 변형하여 "사랑이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임을 이제 우리는 믿습니다.
Carly의 목소리, 반주의 음향, 가사 모든 것이 일치되는 이 노래는 커다란 감정을 듣는 이 마음 한 구석에 새겨둡니다.
자유를 주는 사랑과는 다른 종류의 사랑도 이 음반에서 다뤄집니다.
싱글로 발매되었던 'I Really Like You'에는 가벼운 느낌을 주는 소리들이 많이 쓰입니다.
목소리 효과음이나 통통 튀는 마림바 소리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Really를 계속 계속 반복하는 재미있는 후렴구도 분위기를 가볍게 하는 요소죠.
노래가 이렇게 가벼워진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I know this isn't love
이게 사랑이 아닌 것은 알아
But I need to tell you something
그렇지만 너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I really really really really really really like you
나는 네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아"
가벼운 사랑과 대척점에 선 묵직하고 진지한 사랑도 있습니다.
'All That' 역시 이 블로그에서 가사를 다룬 적이 있었죠. (All That 가사 해석 바로가기)
느린 박자, 반복적인 화성 진행, 내면에 메아리치는 목소리 등 명상적이고 내향적인 요소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가사도 함께 음미해봅시다.
"I'll be your lighthouse when you're lost at sea
네가 바다를 떠돈다면 내가 등대가 될게
I'll keep my light on, baby, you can always come to me
네가 언제나 날 찾아올 수 있게 빛을 비출게
I wanna be the place you call your home
마치 너의 집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Just let me in your arms
네게 안기게 해줘"
위에서 소개한 노래들은 사랑의 다양한 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팝의 형식으로 훌륭히 표현했다는 점은 큰 감명을 줍니다.
팝 음악의 세상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 감정의 깊이는 잘 포함되지 않으니까요.
이런 다양함으로 12곡을 채웠다고 해도 아주 인상 깊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겠으나 Carly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감정(Emotion)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곡들이 있으니까요.
트랙리스트 2번째 곡 'Emotion'이라는 노래입니다.
코드를 연주하는 악기나 중간 중간 기타 소리가 통통 튀는 점, 댄스 음악스러운 리듬에 저절로 흥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캐치한 후렴구까지 준비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음악적 장치는 가사를 숨기기 위한 속임수입니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이별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니까 말이죠.
그것도 저주 섞인 노래.
"Be tormented by me, babe
자기가 내 생각에 고통을 받았으면 해
Wonder, wonder how I do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했으면 해
How's the weather? Am I better?
거기 날씨는 어떨지, 나는 더 잘 지낼지
Better now that there's no you?
네가 없어서 지금 더 좋을지 생각했으면 해"
"In your fantasy, dream about me
너의 환상 속에서 나를 꿈꾸도록 해
And all that we could do with this emotion
그리고 그 감정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도 있었을 것을 상상해 봐"
신나는 음악적 표현과 냉소적인 가사 간의 괴리, 이것이 바로 아이러니입니다.
아이러니를 통해서 두가지 상반된, 혹은 무관한 감정이 하나로 묶이게 됩니다.
아이러니를 이용하면 더욱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Carly는 아이러니를 남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음반 구조 상 중요한 두 곡에 아이러니 기법을 썼죠.
한 곡이 바로 음반의 제목을 준 노래 'Emotion'이었고, 다른 노래는 앨범의 가장 마지막 곡 'When I Needed You'입니다.
장조 조성, 밝은 목소리, 흥겨운 슬랩 베이스 등을 통해 완벽히 밝아진 이 노래는 이별 가사를 숨기고 있습니다.
"Sometimes I wish that I could change
가끔 내가 나를 바꾸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But not for me, for you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So we could be together, forever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였을 수 있겠지
But I know, I know that I won't change for you
그렇지만 내가 널 위해 변할 일이 없다는 걸 알아
Cause where were you for me
왜냐하면 네가 나를 위해 내 옆에 있지 않았으니까
When I needed someone
내가 누군가 필요했던 그 순간에"
이제 그만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Carly Rae Jepsen의 'Emotion'을 함께 감상해보았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작곡 기법이나 작은 소리 디테일 등에 귀를 기울여 감상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지만, 때로는 노래 속 감정에 빠져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각자 좋아하는 노래들에서 깊은 감정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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